대학생 봉사단 ‘안아주세요’는 안경이 없어 시력을 잃어가는 아프리카?아시아 이웃들을 위해 헌 안경?안경테?선글라스 등을 모으고 있다. [최명헌 기자]
“우와~ 이 안경은 예뻐서 내가 갖고 싶다.” “이건 보관할 때 테가 안 부러지게 조심해야겠어.”
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건물 지하 창고. 남녀 대학생들이 테이블 위에 안경을 잔뜩 쏟아놓고 정리에 한창이다. 너무 오래돼 다시 쓸 수 없는 안경은 골라내고 나머지 안경은 테와 안경알을 분리했다.
이들은 대학생 20여명으로 구성된 봉사단 ‘안아주세요(쓰지 않는 안경을 아프리카·아시아의 이웃들에게 주세요)’ 회원들이다. ‘헌 안경 모으기 운동’을 널리 알리고, 전국에서 헌 안경·안경테·선글라스 등을 받아 정리하는 등의 일을 한다. 봉사단 활동이 시작된 2008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, 그렇게 모은 안경만 1만5000여개다. 이중 5000여개는 안경알을 바꿔 해외에 보낼 수 있도록 국제실명구호단체인 ‘비전케어’와 안경사 봉사단체인 ‘초’에 전달했다. 내년에는 해외봉사단을 꾸려 직접 안경을 가져다줄 계획도 세우고 있다.
그래서 헌 안경을 모으기 시작했지만, 렌즈 교체나 해외 배송 등은 장씨가 직접 할 수 없었다. 그러던 중 비전케어를 알게 됐다. 안과의사·간호사·안경사들이 해외진료봉사를 위해 2002년 만든 단체였다. 현재 일반회원을 포함해 1000여명이 소속돼 있다. 눈 질병 치료와 백내장 수술 등을 위해 아시아·아프리카 국가에 매년 20회 정도 해외봉사단을 파견하는데, 2008년부터 안경나눔사업도 시작한 참이었다.
비전케어의 임은혜 간사는 “안경나눔사업 초기에 안아주세요 친구들이 헌 안경을 많이 보내줘서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었다”고 말했다. 임 간사는 “우리는 그 안경들을 해외에 전달해주는 일을 주로 하는데, 돋보기 안경이나 선글라스는 그대로 보낼 수 있지만 시력교정을 위한 안경은 현지 검안사가 보내주는 안경처방전에 맞게 렌즈를 다시 맞춰야 한다”고 설명했다. 렌즈를 교체하는 등의 작업은 비전케어의 안경사 회원이나 안경사 봉사단 초 회원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지고, 새 렌즈나 운송 등을 위한 비용은 비전케어가 부담한다.
지난 3년 간 비전케어를 통해 베트남·라오스·에티오피아 등 21개국에 보내진 안경은 1만2000여개. 이 가운데 돋보기나 선글라스를 제외하고, 현지인들의 시력에 맞게 렌즈를 조정해 보낸 안경은 300여개다.
비전케어의 김동해(안과전문의) 대표는 “안경만 쓸 수 있어도 실명을 막을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프리카·아시아국가에는 시력검사나 안경제작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지역이 적지 않다”며 “안과치료봉사는 전문적인 분야인데 비해 안경나눔사업은 누구나 헌 안경을 내주면서 참여할 수 있다”고 말했다. 다만 현재 헌 안경은 충분히 모은 상태여서 안경 모으기는 잠시 중단하고 안경 렌즈를 교체해 보내는데 드는 비용(1만원 내외)만 후원받고 있다.
파키스탄 봉사 이후에도 김 교수팀은 헌 안경 모으기 운동을 계속 하고 있다. 안경광학과 학생들은 틈틈이 그 안경들의 도수를 점검하고 분류·세척한다. 김 교수는 “먹고 사는 문제가 급해 안경 쓸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림잡아 전세계 9억명 정도 된다”며 “안경기부를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파키스탄 난민들이 안경을 받고 진심으로 행복해 하는 모습을 직접 보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”고 말했다. 현재 몽골·팔레스타인 지역의 NGO에서도 도움을 요청해온다고 한다. 김 교수팀은 내년 여름에도 해외봉사를 해볼 계획이다.
[기사출처 : 중앙일보 2011.12.22]